도쿄 올림픽과 비인기 종목
1. 코로나로 도쿄 올림픽이 실제로 시작 할지 안할지 몰랐는데 어찌어찌 결국 시작하게 되었고,
재택근무와 올림픽 기간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며 요새 재미있게 시청하고 있다.
몇몇 경기들을 보면서 몇가지 드는 생각이 있어서 정리해보고자 한다.
2. 올림픽이 벌어지기 전에 가장 기대를 모았던 종목은 야구,축구, 양궁 정도가 아니었나 싶다.
양궁은 세계 최고의 실력을 바탕으로 메달을 많이 따줄 것으로 예상되어서 그런 것이고,
야구나 축구는 프로 스포츠를 기반으로 국내에서 인기가 많았기 때문일거다.
실제로 최근까지의 결과를 놓고보자면,
양궁은 금메달을 4개나 따주어서 큰 이슈가 되고 선수들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그 인기는 곧 수그러 들겠지만..)
기대를 모았던 축구는 8강 탈락, 야구는 졸전을 거듭하고 있다 (다행히 야구는 어제 도미니카공화국과의 경기에서는 9회에 간신히 역전승...)
3. 이 결과를 놓고서, 혹자들은 흔히 말하는 비인기 종목들(펜싱,육상,유도,역도,배드민턴 등) 선수들과 인기종목 선수들(야구,축구,골프 등)의 올림픽을 대하는 마인드 자체가 다른다고 한다.
경기를 보아하니 그게 꼭 틀린말은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펜싱 선수들이나 육상,유도,체조 등 선수들의 눈빛과 간절함, 절실함은 경기를 본 사람들은 누구나 느낄수 있을 것이다.
4년에 한번 돌아오는 기회에서 어떻게해서든 자신의 목표나 기록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의 절실함을 보고 있자니 가슴이 먹먹해져 온다.
그에 비해 야구나 축구, 골프는 꼭 이번 올림픽 같은 기회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다시 본인 자리로 돌아가서 돈을 많이 벌면 된다. 야구,축구,골프 선수들의 절실함은 그저 메달을 따서 병역 면제 혜택이나 받으려는 절실함일 것이다.
(물론 모든 프로스포츠 선수들을 싸잡아 비난하려는 생각은 없지만, 야구선수들의 음주 문제나 농구 선수들의 날라리 같은 태도는 좀 보기 싫더라)
4. 방송국 3사의 올림픽 중계 방식도 문제가 많다. 왜 같은 중계를 3개사에서 동시에 하는건지 도대체 이해할수가 없다.
방송사에서 서로 잘 맞춰서 각기 다른 종목을 충분히 중계할수 있을텐데,
그저 상업적인 방송인 탓인지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종목만 앞다퉈 경쟁적으로 내보내고 있다.
야구나 축구는 올림픽이 아니더라도 언제라도 볼수 있는 종목인데,
육상이나 체조, 유도, 수영 같은 종목들을 이럴때라도 더 많이 보여줬으면 좋겠다.
5. 솔직히 말해.. 속물적인 나로서는 앞서 말한 비인기 종목의 스포츠 선수들의 마인드를 이해하기 어렵다.
그 종목에서 잘하는 선수가 된다고 하더라도, 야구나 축구처럼 프로팀이 있어서 연봉을 몇억씩 받을수 있는 것도 아니고,
세계적으로는 올림픽에도 출전 조차 못할 그 수준은 정말 말도 안되게 떨어지지만 국내에서 좀 잘하면 겉멋만 잔뜩 들어간 프로농구 선수처럼 보장되는 것도 없고,
그저 몇년에 한번씩 있는 올림픽만 바라보고 메달을 따야 겨우 연금 조금 받는 그런 삶이라니..
어렸을때 아마 그 종목이 좋아서 시작하게 되었고, 남들처럼 돈이나 명예를 바라서 하는 운동은 더더욱 아닐거다.
그저 그 스포츠가 좋아서, 기록을 조금씩 갱신하고 발전하는 모습 자체에 스스로 행복을 느껴서 하는게 아닐까 싶다.
나같은 사람은 비인기 종목 운동을 하더라도 미래에 대한 비전을 생각하다가 중간에 그만뒀을 가능성이 크다.
6. 어제 높이뛰기 우상혁 선수의 본인 기록의 깨고 저 해맑은 모습을 보고 마음이 울컥했다.
메달을 땄으면 더 좋았겠지만, 4위를 하고서도 전혀 실망하는 기색없이 자기 기록을 갱신하고, 본인이 최선을 다했다는 모습에 만족하는 모습.
세계적인 선수들과 대결에서도 전혀 기죽지 않고 '할수있다'를 외치며,
관중들에게 박수를 호응하며 경기를 즐기는 저 마인드. 진정 멋지다!!
저 마인드와 자심감, 당당함은 다시금 나를 돌아보게 만들었다.
다음 올림픽에서 메달을 딸수 있을지 어떨지는 모르지만, 이미 우상혁 선수는 우리 모두에게 큰 감동을 줬다.
돈만 따라다니는 다른 사람들의 인생보다.. 하나의 종목에 인생을 걸고 치열하게 기록에 도전하는 인생과 삶은 정말 멋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