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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실력과 노력으로 성공했다는 당신에게

보리사자 2021. 10. 3. 10:40

 

1. 책의 원제는 'Success & Luck' 이다. 출판사 측에서 좀 더 자극적인 제목인 '실력과 노력으로 성공했다는 당신에게' 라는 제목으로 바꾼거 같다. 실제로 성공에 있어서 '실력과 노력' vs '운'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로버트 H. 프랭크'라는 저자는 성공은 실력과 노력도 해야하지만, 무엇보다 '운'이 따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코넬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인 저자는 본인 자신이 나름 성공한 것도 '운'이 잘 따랐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본인이 코넬대학교 교수가 된 것도 정말 '운'이 좋아서, 7명 뽑는 교수자리에 마지막 1명으로 운좋게(?) 선발된 것이며, (교수가 된 후에 실제로 알아보니 정말 마지막 지명자로 문 닫고 들어온 교수가 된 것을 알게 됨) 실제 테뉴어 교수가 된 것도, 육아와 이혼으로 바빠서 논문을 전혀 못 썼던 자신이 신규 임용된 어떤 동료 교수가 우연히(?) 제안한 출판할 논문에 싣게된 논문이 소위 대박이 나면서 테뉴어 심사에 통과하게 된 것 등등을 사례로 들고 있다.

2. 책에는 사람들은 본인의 실패는 '운'이 따르지 않아서 실패한 것이라고 잘 받아들이지만, '성공'을 '운'이 좋아서 성공했다는 것은 잘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한다. 사람들이 성공을 '운' 때문이라고 얘기하면 못 받아들이는 이유는 그걸 받아들이면 자신의 노력과 실력이 폄훼되기 때문이라는 거다. 실력과 노력은 기본이지만 '운'이 따르면 절대 성공할수 없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그러면서 여러 다양한 사례들을 제시한다.

예를들면, 마이크로소프트의 성공은 IBM 에서 운영체제를 '빌게이츠'에게 외주를 줬기 때문이며, '빌게이츠'는 '스티브 발머'를 만나는 우연과 IBM 이 운영체제를 직접 만들지 않은 우연과 IBM 이 그렇게 많이 PC 를 생산하게 되는 '운'이 만나면서 큰 성공을 하게 되었다는 식의 예시들이 있다.

3. 저자가 겪었던 일 중에 '성공의 대부분은 운 때문이다.' 라는 주장을 어떤 다른 사람이 '자신이 노력해서 성공한 것'을 '운'이라고 치부한 것이라며 저자를 TV 토론회에서 엄청 공격했던 일화가 있었다.

개인적으로 이와 비슷한 일을 겪었던 예시가 있었다. 어떤 술자리에서 어떤 기업에 임원까지 올라간 꽤 성공한(?) 친한 후배에게 운이 아주 좋았네, 라는 비슷한 얘기를 했다가.. 자기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지도 못하고, 무시한다고 나랑 언쟁을 하기도 했다. 나도 저자가 주장하는 '성공'에는 '운'이 꽤 많이 좌우한다는 믿음을 갖고 있는 나로서도 그런 언쟁이 황당하기도 했다. 저자가 나와 비슷한 일을 겪었다니 어느정도 공감이 되었다.

4. (여기서 부터는 내 생각) 성공에 '운'이 좌우하지 않는다면, 열심히 노력하는 모든 사람들은 왜 모두 성공하지 않을까? 사법고시나 공무원 시험을 열심히 준비한 사람들은 왜 모두 합격하지 않을까.. 라는 의문을 가졌던 적이 있었다.

주변 사람들은 '더 열심히 노력(?)한 사람'이나 '타고난 머리 좋은 사람이 합격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 타고난 머리 좋은 사람은 도대체 어디서 온거지? 그건 좋은 유전자를 가진 부모를 만난 엄청난 '행운'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더 열심히 노력(?)한 사람이 합격한 거라는 말에는 동의하기가 어렵다. (물론, 열심히 공부도 안했으면서 시험에 합격을 바라는 사람들은 일단 배제하고...) 사법고시에 아깝게 떨어진 사람에게 '너보다 좀 더 열심히 노력한 사람이 합격한 거다' or '너의 노력이 부족해서 떨어진거야' 라고 말하면 그 사람은 아마 받아들이지 못할거다. 그도 어느 누구 못지 않게 열심히 했기 때문일 거다.

단지 열심히 한 사람들 중에서 '운'이 조금더 나빴기 때문이 아닐까?. 당일 컨디션이 조금 안 좋았거나, 더 재능이 있는 과목에서 더 중요도 높은 문제가 나왔다거나 한 부분이 있을 거다.

5. 사법고시 수석과 차석의 차이가 정말 실력의 차이일까? 그 실력 차이를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대기업 합격과 불합격을 만드는 요인도 열심히 준비하고 실력도 있는 사람을 가르는 요인은 많은 부분이 '운'이 좌우하는거 같다. 내 외모나 말투에 호감을 가진 면접관이 내 순번에 들어왔다거나, 이상하게 나랑 케미가 안 맞는 면접관이 그날따라 나에게 질문을 한다거나 하는 부분이 좌우할거 같다.

아예 노력이나 실력을 갖추는걸 하지 말자거나, 운이 다 결정해주니 스스로 인생을 개척하지 말자는 말을 하자는건 아니다. 그 실력을 갖춘 사람이나 노력을 많이 한 사람들.. 그 끝판왕들이 모인 상황에서 마지막 승자(?)는 결국 많은 포션에서 '운'이 필요한 건 어느정도 사실인거 같다.

인생은 참 알수 없는 부분이 많아서... 재밌기도 하고 좌절스럽기도 하고.. 그렇다,

6. (책의 아쉬운 점) 책이 아쉬운 점은 책이 재밌게 잘 나가다가, 뒷 부분에서는 저자는 다소 황당한 주장을 한다. 성공의 많은 부분이 본인이 가지고 있는 '운' 때문이라.. 그 운은 예를들어 풍족한 가정에서 자란 운, 직장을 잘 잡은 운, 심지어 기회의 장인 미국에 태어난 운 등등, 그렇기 때문에 그 '운'을 모든 사람들에게 나누어야 한다는 것. 그런 가장 좋은 방법은 '세금'을 잘 내는 것이다...라는 이상한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정부에서 부자들에게 더 많은 세금을 요청하는 것을 크게 저항하지 말고, 잘 따르란다. 그래야 그 '부'가 '운'이 없는 사람에게 나눠지고 그래야 다같이 잘 살게 된다는.. 사회주의 논리?? 뭐지? ㅎ